요 며칠 마트 생선 매대의 생골뱅이를 눈여겨보다가 월요일 퇴근길에 한 바가지 사 왔다. 대략 1kg은 되는 것 같은데 가격은 1만 원. 오늘 것은 약간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들을 떨이로 파는 듯하다.
골뱅이는 얼음을 넣은 작은 함지박에 올려져 랩에 씌워져 있었는데, 이게 상태가 좋은건지 아닌지 잘 구분되지 않았다. 집에 와서 물에 씻어보니 골뱅이살이 빠져나온 게 제법 있는 걸로 보아 죽은 것도 많이 있어 보인다. 아무튼 깨끗하게 세척하여 물이 끓기를 기다린다.
큰 냄비에 물을 절반 담아 팔팔 끓인 후 골뱅이를 삶는다. 반드시 끓는 물에 넣어야 한다. 삶는 시간을 정확히 몰라 찾아보니 10분 정도가 정석인 듯하다.
약 9분 후 골뱅이를 건졌다. 하나 까서 먹어보니 흠.. 맛이 환상이다. 통조림 골뱅이와 달리 쫄깃하고 부드럽다. 통조림과는 맛 자체가 다르다.
함지박에 건져 잠시 식힌다.
껍데기를 모두 까놓고 보니 부피는 많이 줄었지만 골뱅이 통조림 세 통 분량은 족히 돼 보이는 양이다. 손질하면서 내장은 모두 떼어냈는데, 다른 소라류와는 달리 골뱅이는 독소가 없어서 내장도 통으로 모두 먹어도 되는걸 나중에 알게됐다.
일단 무침용으로 절반을 편으로 썰어 큰 보울에 담는다.
초고추장 양념에 무칠 채소를 준비한다. 쪽파, 채 썬 당근과 양파.
채소를 미리 넣어 슬슬 섞어준다. 채소와 어우러진 골뱅이가 그냥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여기에 초고추장 양념을 뿌려 버무리면 완성. 양념장은 초고추장 4, 마늘 1, 집간장 1, 참기름 1, 멸치액젓 1, 설탕 1이다. 초고추장은 만들어져 있는 걸 사용했는데, 만일 초고추장이 없으면 고추장 4, 식초 3의 비율로 배합해서 사용. 취향에 따라 식초는 더 넣는다.
접시에 담고 통깨를 솔솔 뿌려줬다.
나머지 골뱅이는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먹는 용도로 별도의 접시에 쪽파와 함께 담는다.
골뱅이 초고추장 무침과 숙회 두 접시.
골뱅이에 소면이 빠질 수 없지만 만드는데 시간도 많이 가고 귀찮기도 해서 한 개 남은 팔도비빔면을 찾아 대신한다.
비빔면을 잘 삶아 양념장과 쪽파를 듬뿍 뿌려 비벼준다.
푸짐한 골뱅이와 비빔면, 막걸리 한 잔으로 기분 좋은 저녁식사 시간을 보냈다. 골뱅이 통조림이 보통 6천 원이 넘으니 기회가 되면 생물로 한 번 사 먹는 게 맛이나 가격을 보더라도 훨씬 이득.
2023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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