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둘째가 갑자기 카레덮밥을 만들어달라고 하여 실로 오랜만에 카레밥을 만들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짜장밥, 카레밥을 자주 먹었고 어린이 입맛에도 잘 맞으니 거부감 없이 먹일 수 있었는데 중고등의 연령대가 되니 짜장, 카레는 거의 찾지 않는다. 학교 급식에도 자주 나올 테니 질린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카레밥과 잘 익은 배추김치나 깍두기 하나면 한 끼를 뚝딱 해결할 수 있어서 나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음식이었다. 카레밥 하니 생각나는 게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당시 학교 식당에서 가장 싼 메뉴가 카레밥, 짜장밥 이었었다. 한 그릇 가격이-내 기억이 정확하다면-무려 600원. 커다란 스테인리스 냉면그릇에 밥 한 덩이와 카레소스를 부어주던 메뉴였다. 반찬도 없이 말이다. 돈이 궁하여 그것도 감지덕지하며 맛있게 먹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한편으론 왠지 우울한 기분이 드는 추억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이야기.
#재료(3인분 기준) : 애호박 1/3개, 양파 1/2개, 당근 1/3개, 돼지고기 다진것 200g, 카레분말, 물 300ml
모든 채소는 잘게 깍둑썰기로 준비한다. 카레용 돼지고기는 작은 깍두기 크기로 썰어져있어 다소 크다. 나는 이걸 도마에서 칼로 다져 넣었다.
카레분말은 청정원의 카레여왕. 오뚜기는 청정원이든 별 차이는 없는 것 같고, 이 제품은 퐁드보 육수라고 따로 풍미를 더해주는 소스가 추가되어 있어 그래도 조금 낫겠지 하는 생각에 구입해 보았다. ' 퐁드보 육수란, 오븐에 구운 쇠고기와 뼈에 볶은 야채와 마늘, 양파, 허브 등을 넣고 우려낸 정통 프랑스식 갈색 육수로 주로 유럽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튜나 수프 등의 베이스로 사용한다'라고 동아일보의 광고기사가 알려주었다. 매운맛 스파이스 분말가루가 또 별도로 들어있다.
웍에 식용유를 두르고 돼지고기를 먼저 볶다가 나머지 채소들을 넣고 함께 익힌다. 돼지고기를 바짝 노릇하게 볶으면 풍미가 더 좋을까 싶어 그렇게 해보는데 별로 효과는 없었다.
재료가 볶아지면 물을 우선 1컵 이상 부어주고 재료를 한소끔 끓인다. 그러고 나서 카레가루를 적당량 (총 몇 인분 가루인지 확인 후 적당량 사용) 넣어 섞는다. 너무 되면 물을 조금 더 넣는다. 적당히 부글부글 끓인 후 불을 끈다.
카레가 끓는 동안 냉장고에서 잘 숙성된 자반을 한 마리 구워보았다. 굽기 전 자반이 사진으로만 보아도 참 먹음직스럽다.
예전에 스테인리스 팬에 생선을 굽다가 항상 들러붙어 망한 적이 많아서 코팅팬을 이용한다. 굽거나 볶는 요리는 어쩔 수 없이 코팅팬이다. 노릇한 고등어자반 비쥬얼이 최강이다.
김초밥 코스로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한 덩이에 카레를 한국자 떠서 밥 옆으로 잘 부어준다. 어느 포털에서 우스갯소리로 순댓국집의 3대 죄악 중 하나가 하나가 '진밥'이라는 짤을 보고 피식 웃은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짜장이나 카레밥 만들 때 피해야 할 게 진밥. 밥은 물에 30분 이상 불렸다가 초밥코스로 지으면 덮밥류에도 좋고, 볶음밥 만들 때도 아주 좋으니 참고.
카레밥과 김치, 고등어구이를 식탁에 세팅한다.
카레밥과 고등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뭐든지 잘 먹어주는 둘째 덕에 또 한 끼를 손쉽게 해결한다.
2025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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