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픈 것도 알고 있었고 큰 수술을 받은 것도 알던 친구였다. 고향이나 중고등학교 친구는 아니지만 사회에서 만나 10여 년 알고 지낸 사람으로 품성이 바르고 때로는 유쾌하고 봉사심도 강했던 사람. 당연히 나눠해야 할 것인데도 본인 일을 남에게 부탁하는걸 매우 부담스러워했던 사람. 난 그 친구가 그냥 좋았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기 때문에 가깝게 지냈었다. 무엇보다 나이도 같고, 아이들도 친구여서 함께 가족여행도 다녔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잘 회복되어가고 있는 걸로만 알던 사람이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충격이 매우 컸다.
퇴근길에 항상 그 친구의 하얀색 세단이 세워져 있는 걸 보았고 때로는 서로 퇴근길에 마주치기도 했지만 사망 소식을 듣기 약 한 달여 전부터는 왠일인지 차도 보이지 않고 한 번 마주칠 기회도 없었다. 뭔가 일이 생긴 걸까? 아니겠지? 지난해 늦가을에 얼굴을 한 번 보고 같이 차 한잔 마시고 나서는 겨울이 지나 봄이 되도록 연락을 못하고 있던터다. 왠지 몸이 불편하면 어쩌나, 부담스러워하면 어쩌나 하는 지나친 고민에 말이다. 안부인사 한마디 전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빈소에 집사람과 함께 조문을 하고 다음날 발인에 참석하고 화장터와 납골당까지 함께해 주었지만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남겨진 가족들이 또한 애처롭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 만나서 밥이라도 한 끼 먹었으면 좋았을 걸. 몸이 아프니 건강한 밥 한 끼 대접해 주었으면 좋았을 걸.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게 되면 이곳에 와야지 하며 머릿속에 생각만 하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못해주고 얼굴도 못 보고 떠나보내게 되었다. 이제는 편안히 쉬길.






2025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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