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결정되어 비행기나 숙소 각각 준비할 겨를 없이 에어카텔로 예약하여 출발한 제주여행. 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를 받자마자 숙소인 신화월드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갈 요량으로 1100 고지로 향한다. 도로 좌우로 우거진 나무숲에 눈이 덮인 설산을 상상하며 운전해갔는데 생각보다 눈이 많이 녹은 후였다. 휴게소에 여행객이 많아 겨우 차를 세우고 시원한 바람을 잠시 쐬었다.
첫날 저녁밥.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일단 메뉴를 고기국수로 정하고 숙소 주변의 식당을 한 곳 찾아갔으나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저녁 7시도 안 지났는데 말이다. 하는 수 없이 지나며 봐뒀던 근처의 국숫집으로 카카오맵 평점을 반신반의하며 찾아갔다. 간판은 삼춘네 국수집. (삼촌이 아닌 '삼춘'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세 테이블에 손님이 있는데 여행객이 아닌 모두 연세 지긋하신 동네 어르신들 느낌이다. 어떤 테이블은 국수를 안주삼아 소주를 들고 계신다. 여긴 찐 로컬 맛집? 메뉴와 가격은 평범했다. 가족들은 모두 고기국수를 선택. 나는 말로만 듣던 보말칼국수를 주문해 본다.
밑반찬은 특별할 것 없는 김치와 깍두기, 마늘장아찌 였는데 갓 담근 김치가 아주 훌륭해 국수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고기국수가 나왔다. 국물이 뽀얗고 국물 한 숟가락 맛을 보니 돼지고기의 누린내가 약간 배어있으나 두 딸은 개의치 않고 잘 먹었다. 국물이 조금 짠 것 빼고는 아주 맛있다고 한다.
아래는 전복이 들어간 보말칼국수. 보말은 쉽게 말해 고둥이다. 제주도 향토 음식으로 보말과 미역을 넣은 보말국이 있는 모양인데, 여기에 면을 넣으면 보말칼국수. 면은 흔히 먹는 칼국수보다 더 넓은 면발에 거뭇한 메밀면 느낌이었다. 소라나 골뱅이를 삶은 국물맛이 이런 맛 아닐까 싶은 맛이다. 내가 워낙 해물을 좋아하니 입맛에 잘 맞았다. 다만 면발은 다소 억센 식감으로 편하게 씹히지 않았다.
제주 여행의 첫 식사인데 실패하지 않아 다행이었던 하루의 마지막 일정이다.
2022년 12월 30일 제주 곶자왈 인근
'음식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산 한일옥과 초원사진관 (0) | 2023.02.09 |
---|---|
제주 마음샌드 (0) | 2023.01.15 |
제주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BYRONIC Espresso (0) | 2023.01.02 |
노량진 수산시장 푸른바다 대방어모듬회와 경주법주 (0) | 2022.12.11 |
신논현 셀렉토커피 (0) | 2022.1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