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한 그릇에 600원 하던 시절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엔 그 가격에도 재료가 매우 충실했던것 같다. 언제부턴가 짜장면 소스에 들어가는 채소라고는 양파뿐인 가게가 대부분. 게다가 칼질도 대충 하는지 양파 조각도 지나치게 커서 면과 조화가 안되고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한다. 옛 짜장면이 갓 볶아낸 듯한 소스에 잘게 다져진 양파와 돼지고기, 쥬키니 호박의 초록색이 살아있고 맛도 좋았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소스를 볶을 때 라아드로 불리는 돼지고기 기름을 사용하는 식당들이 당시엔 많았다고 한다.
#재료(3인분 기준) : 돼지고기 간 것 150g, 짜장소스 분말(오뚜기), 양파 반 개, 애호박 1/4개, 양배추, 물 300ml
1. 재료준비
짜장 원료는 오뚜기의 가루형으로 샀다. 마트에 가보니 춘장은 많이 보던 딱 한 종류만 있었다. 진미식품인가 그렇다. 시커먼 춘장을 공장식으로 만드는데 첨가되는 캐러멜 색소가 일단 꺼림칙하고, 또 이 춘장을 기름에 거의 태우도록 볶아야 하는 게 못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루 타입 또한 캐러멜 색소가 들어가지만 춘장처럼 볶아야 하는 건 아니고 채소와 고기만 살짝 볶아 물을 부어 끓인 후 가루를 섞어주면 되니 그나마 낫겠다 싶다. 한 가지 더 편리한 건 농도를 맞추기 위한 전분물을 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돼지고기는 저렴한 뒷다리살 갈아 만든 것을 샀다. 잘게 조각낸 것보다 이렇게 갈아 만든 게 볶음에도 편하고 식감에 있어서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
양파와 애호박은 잘게 다진다. 호박이 쥬키니였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양배추도 분량을 깍둑썰기로 잘라 준비한다.
오뚜기 짜짱가루 한 봉지가 4인분이라서 절반을 사용하면 얼추 성인 2명과 초등생 분량이 나올 것 같다. 보울에 절반을 덜어놓았다.
2. 재료 볶기
우선 돼지고기 한 팩에서 절반을 덜어 팬에 볶는다. 뜨겁게 팬을 달궈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재빠르게 볶아낸다.
고기를 볶게 되면 수분이 많이 빠져나오는데 수분을 모두 잘 날려준다. 고기를 볶으면서 흘러나온 기름에 다진 마늘 한 숟가락 분량을 볶아준다. 고기를 볶기 전에 먼저 볶는 게 아마도 정석일텐데 깜박하여 도중에 넣었다.
볶아진 고기에 양파와 애호박을 넣고 살짝만 익힌다. 너무 푹 익히면 않고 설익도록 1분가량 볶는다.
재료에 준비한 물을 붓고 끓인다. 한소끔 끓어오를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끓인 재료에 짜장 가루를 뿌려주는데, 한 번에 모두 쏟지 말고 서너 번 나누어 잘 섞어가며 부어준다.
이 시점에는 소스가 다소 묽은 상태다. 짜장 가루를 모두 섞은 후 끓여주다가 마지막으로 양배추를 넣어준다.
양배추가 풍성하게 섞이면 소스가 되직하게 변하면서 제법 걸쭉한 짜장소스의 포스를 풍긴다. 마지막에 넣어 살짝 익힌 양배추는 조직감이 살아있어 씹을 때 사각 거리면서 식감이 아주 좋다.
모든 재료가 잘 버무려진 짜장소스다. 농도나 재료의 익은 정도 모두가 잘 되었다는 느낌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중국집에서 미리 만들어놓고 파는 짜장처럼 재료가 너무 푹 익지 않도록 조리 시간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매우 먹음직스러운 소스가 완성됐다.
3. 밥에 소스와 달걀프라이 얹기
짜장 등 덮밥류에 사용할 밥은 전기밥솥의 초밥 코스로 약간 고슬고슬하게 짓는다. 밥을 하기 전 쌀을 최소한 30여분이라도 불려주면 나중에 씹는 식감이 아주 좋다. 밥 한 주걱에 짜장소스를 넉넉히 뿌린다.
달걀 프라이를 하나 얹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계란을 부친다. 다행히 모양이 유지되었다. 스텐팬은 언제나 힘들다.
유명하다는 여느 중국집의 짜장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맛이었다. 생면을 쫄깃하게 삶아 짜장면으로도 한 그릇 먹어봐야겠다.
2023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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