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김을 정말 좋아했다. 1980년대 말 중학생이었는데 당시에는 보통 집에서 기름을 발라 구워 먹었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나는게 반 친구들이 도시락 반찬으로 집에서 구운 김을, 끓여 먹고 모아둔 라면봉지에 담아 오던 시절이었다.
우리 가족이 살던 지역은 수도권의 작은 읍. 부모님은 당시 살던 시장통에서 이불가게를 운영했다. 이불가게는 할머니가 하시던 것을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맡게 되었다. 지금의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오기도 하고, 혼수이불 같은 맞춤이불도 가능하여 어머니가 직접 솜을 두어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불가게에는 겨울이 되면 연탄난로를 설치했는데, 어느 날인가 그 연탄불에 어머니가 갓 구워주신 김으로 밥을 냉면그릇 한 대접만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궁금하여 찾아보니, 조미김 브랜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명 ‘동원 양반김’은 1986년 첫 출시.
#재료 :
김 10장, 들기름 혹은 참기름, 소금, 기름붓
50매 짜리 장흥 무산김. 다 먹고 얼마 남지 않았다. 10장 정도 꺼내 준비한다.
아래는 직접 김을 구워보려고 사두었던 브러시. 김 솔이라 하면 예의 그 시커먼 색깔의 구둣솔에 쓸법한 뻣뻣한 모 가 달린 솔이 떠오르는데, 이건 실리콘 재질로 솔이 부드러워 잘 발린다. 색상도 산뜻. 소금을 준비하고 들기름도 한 종지 따른다.
김에 들기름을 쓱쓱 바른다. 기름을 너무 많이 바른탓인지 지나치게 번들거리는 느낌. 기름은 한 면만 바르고 소금을 뿌린후 계속해서 쌓아간다.
소금을 흩뿌린 김. 아직 굽지도 않았는데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대략 10여 장을 발랐다. 한 번에 너무 많이 구워 보관하면 시간이 지나 군내(산패?) 나는 문제도 있고 해서 조금만 만든다.
굽는 게 좀 번거롭다. 집에서는 팬을 달궈서 굽는 수밖에 없는데 가스불이 아니고 인덕션이다 보니 주로 가운데 부위만 뜨거워서 골고루 잘 구워지지 않고 퀄리티가 들쭉날쭉이다. 다 굽고보니 기름이 팬에 묻어 가열되어 눌어붙어 버린다. 나중에 설거지할 때 수세미로 문질러도 잘 벗겨지지 않아서 닦느라 애를 먹었다. 아마 쉽게 지우는 방법이 있을것이다.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다 구웠다. 별 차이 없겠지만 가능하면 기름을 바르지 않은 면을 굽는 게 좋은 것 같다.
다 구운 김은 6 등분해서 락앤락에 담고, 저녁으로 먹을 김은 접시에 던다.
김이 두꺼운데 군데군데 덜 구워지기도 하고 약간 날김의 식감이 남아서 질긴 느낌도 있지만, 시중에 파는 조미김과는 확실히 다른 맛.
이 날 저녁밥을 두 공기 먹었다.
2022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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