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동네 롯데수퍼에서 특가 할인하던 소 알꼬리 900g 한 팩을 사두었다. 비록 미국산이지만 가격이 무려 19,900원. 이 정도면 식당에서 사 먹는 꼬리곰탕 3인분이 족히 나오는 분량. 한 번 가보았는데 영등포에서 1945년 개업해서 제일 오래되고 유명하다는 부여집의 수입산 꼬리곰탕 가격이 특으로 20,000원이니 시쳇말로 득템이다. 유통기한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아 주말을 이용하여 수육으로 만들어 먹었다. 냉장으로 해동을 하루 넘게 해야 하므로 토요일 아침에 냉장실에 넣어 두었다가 일요일에 쪄먹는 게 가장 좋다.
재료는 특별한 게 필요 없이 해동한 알꼬리와 무 한 조각, 대파 1줄기, 쪽파 2~3줄기, 홍고추 1개가 전부였다. 쪽파와 홍고추는 수육을 찍어먹을 간장양념장을 만드는 게 사용된다.
냉동 알꼬리는 먹기 전날 냉장고로 옮겨 하루 정도 해동했다. 날짜를 보니 구매시점에도 이미 유통기한은 얼마 남이 않았던 상태였다.
포장지를 벗기고 고기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주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갔으니 수육을 만들기까지 3시간은 족히 담가두었다.
핏물 뺀 꼬리는 깨끗한 물에 다시 헹궈 건져둔다.
표면에 묻은 불순불과 기름기, 핏물을 한 번 더 빼내기 위해 끓는 물에 한 번 데쳤다. 데친 덩어리들은 깨끗한 물에 다시 헹구고 냄비에 넣어 본격적으로 끓이기 시작했다. 총 끓이는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2시간가량.
막간에 양념장을 만들어둔다. 양념장에는 쪽파와 대파, 홍고추를 잘게 다져 넣어주려고 한다. 시들어가는 홍고추 한 봉을 사둔 게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조그만 글라스락에 간장과 식초를 2:1 정도로 섞고 설탕 1숟가락을 넣는다. 썰어둔 대파, 쪽파, 홍고추를 잘 섞어 고기가 익을 때까지 냉장 보관한다. 취향에 따라 통마늘을 썰어 넣어줘도 좋다.
한 번 데쳐낸 고기와 무조각, 대파 등을 함께 넣어 센 불에 15분 이상 끓이고 나서 중불로 1시간 30분가량을 뭉근히 익혀내었다. 물은 반으로 줄어들고 무조각도 푹 익어 쪼그라들었다. 꼬리 끝부분의 작은 조각을 하나 꺼내 먹어보니 고기는 부드럽게 잘 쪄졌다.
큰 대접에 먹을 만큼 덩어리들을 담고 송송 썬 대파를 뿌린 후, 노랗게 우러난 국물을 뿌려주었다. 수육에 대파 썬 것을 올리면 고기 냄새도 좀 가려주고 향이 좋다.
꼬리곰탕이나 수육은 평소에 해 먹기도, 사 먹기도 일상적이지 않은 음식. 집에서 만들어보니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단 수육을 양껏 먹을 수 있는 게 가장 좋다. 그냥 끓이기만 하면 되니 만들기도 매우 쉽다. 삶는데 별다른 비법이 있을까 싶다. 새콤한 간장양념장과 부드러운 꼬리수육이 잘 어울렸고 그냥 소금에만 찍어 먹는 맛도 매우 좋았다.
2024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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