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후텁지근한 날씨지만 오늘 낮의 바람은 가을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왠지 습도도 낮아지고 기온도 몇 도 내려간 느낌. 사무실에서 걸어가는 길이 약간 신선했다. 말로만 듣던 정인면옥을 드디어 가본다. 사실 냉면집에서 언제 사 먹었는지도 기억이 없다. 요 근래 한 그릇에 만원이 넘는 냉면과 밀키트 냉면이 무슨 차이인가 싶어 집에서 만들어 먹다 보니 그렇다. 정인면옥은 평양냉면 전문. 평냉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지만, 푸짐한 양의 두툼한 면과 담백한 국물 그리고 새콤하게 잘 익은 얼갈이김치를 먹으면서 소주 한 잔 들이키고 안주삼아 후루룩 한 젓가락 떠먹어도 좋을 그런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위치는 순복음교회 길 건너. 간판의 숫자가 1972년 개업했음을 알린다. 나름 50년이 넘은, 노포라면 노포다. 2018년부터 미슐랭에 선정된 집. 2019년은 제외된 듯하다.
가격 정보는 전혀 모른채 1만원 정도는 조금 넘겠거니 하고 왔는데 평냉 한 그릇에 13,000원.
여러 가지 수육과 만두, 전과 불고기도 있다. 물냉면과 만두 반접시를 주문한다. 비빔을 더 좋아하지만 일단 기본적인 평냉의 맛을 느껴보기로 한다.
단출한 식탁에 무 초절임과 얼갈이김치가 기본으로 서빙된다
요 얼갈이김치가 정말 맛있어서 세 접시나 주문해서 먹었다. 직원이 눈치를 주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냉면이 나왔다. 자태가 수수하되 기품이 있다.
보통 얇고 쫄깃한 면만 먹어보다가 이렇게 두툼한 면발을 보니 사뭇 느낌이 다르다. 편육 두 점과 달걀 반 쪽, 약간의 대파가 전부지만 상당히 식욕을 자극한다.
말려있는 긴 면발을 열심히 풀어 한 젓가락 맛본다. 상상하던 그런 맛이다. 평냉의 육수가 걸레 빤 물맛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맛을 음미해보면 정직한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추가 주문한 만두 반접시도 나왔다. 커다란 만두 세 개가 7,000원.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만두소는 꽉 차 있었고 맛은 담백했다. 다소 뻑뻑한 식감이고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냉동만두의 조미료 맛에 혀가 익숙해진 탓도 있을게다.
밀키트가 아닌 수제 평냉을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는 상상을 해본다. 담백한 맛, 적당한 냉기 그리고 푸짐하게 느껴지는 한 그릇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점심식사였다.
2023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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