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찮게 나오는 제주도 관광 관련기사에 좋은 얘기는 없고 거의 비싼 물가와 바가지에 대한 것들이다. 최근엔 흑돼지 식당의 비계삼겹살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었고, 오늘 접한 daum포털의 제주 카페나 식당들의 줄폐업 기사에도 자업자득이라는 조롱이 넘쳐난다. 대부분 최악의 상황이 부각되어 기삿거리가 되므로 그러려니 생각하고, 경쟁력 없거나 부실한 업소들이 정리돼 가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제주도 물가가 비싼 건 맞지만 어딜 가나 관광지는 똑같다. 나는 지금까지 총 7번 제주여행을 갔었는데 특별히 식당 관련 바가지나 기분 나쁜 경험은 없었다. 비싸다고 생각되면 안 가면 그만이고, 값을 치를만하다고 생각하면 이용하면 된다.
제주의 고기국수, 보말칼국수나 자리물회 같은 토속음식은 몇 번 경험이 있고, 말 많은 흑돼지 구이도 신혼초 여행 때 갔던 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20년도 더 지난 그때의 흑돼지 구이는 고기가 아주 충실했었다. 평범한 고등어구이와 옥돔구이도 한 번쯤 사 먹어 봤던 메뉴. 그리고 이번에 진짜 로컬 맛집을 찾아보다가 발굴한 갈치조림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맛과 퀄리티가 너무 좋아 포스팅해본다.
상호는 특이하게도 '잘도식당'으로 제주시 동문시장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잘도'는 '매우'를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 하고 식당 벽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인장의 진심이 느껴지는 안내문. 21년 3월로 보아 완전히 오래된 점포는 아닌 듯하다.
허름하지만 아기자기한 내부. 커다란 관광지도가 벽면을 차지하고 있고, 메뉴와 주인장의 다짐 같은 글귀가 액자에 넣어져 걸려있다. 메뉴는 갈치조림 이외에도 몇 개 더 있지만 오늘은 갈치조림만 가능하다는 안내. 조리의 편의를 위해서 임의로 그런 것일 수도. 다른 메뉴들은 찌개나 또 다른 생선 조림 이므로 문제는 없다. 종이에 가려진 한치무침이 있는데 이걸 맛보았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간단한 찬이 몇 가지 서빙되었다. 김구이, 어묵조림, 배추김치 그리고 마늘장아찌. 단출하지만 맛있다. 사진속엔 없지만 달걀프라이도 인당 1개씩 준다. 갈치는 3인분을 주문했다.
드디어 주문한 갈치조림이 나왔다. 80년대 중국집에서 보던 무늬의 플라스틱 접시에 가득 담겨있다. 사진으로는 작아 보여도 지름 20여 센티미터 정도 되는 사이즈에 깊이도 제법 있는 접시여서 갈치의 양이 매우 많았다. 갈치 두 마리는 되어 보인다.
위에 수북하게 올려진 고추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본격적으로 갈치를 먹어본다. 갈치는 아주 큰 놈은 아니었지만 양이 많다. 양념맛 훌륭하다.
갈치 토막 가장자리 가시들은 발라내고 생선살만 잘 모아서 연신 주워 먹는 작은딸 앞으로 갖다 바친다.
매콤한 국물에 밥을 쓱쓱 비벼먹기도 하고 밥 숟가락 위에 갈치살을 올려 잘 퍼먹는 어린 딸.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흐뭇하다.
배부르게 먹는 와중에 아직 절반이 남은 갈치조림. 한 조각 남김없이 모두 먹어치웠다. 갈치의 양이 푸짐해서 세 명이 실컷 먹을 수 있었고, 조림 국물맛이 좋았다. 서울에서는 남대문 갈치조림이 유명하다지만 먹으면서도 너무 닳고 닳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그리고 정갈함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식당들인데, 이곳은 식당은 허름하지만 깔끔하고 맛있는 몇 가지 반찬과 푸짐하고 품위 있게 담아내오는 조림과 그 비쥬얼에 걸맞은 조림의 맛이 매우 특별했던 곳.
식당의 전경. 점심시간 피크 전에 방문하여 웨이팅은 거의 없었다. 식당 앞으로 새마을금고 주차장이 있으나 사설로 보여 이용하지 않았고 바로 옆에 있는 동문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좋다.
2024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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