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커다란 - 그래봐야 성인 손바닥만한 사이즈 - 생물 갑오징어를 두 마리 사 왔다. 배를 갈라 손질되어 있는 상품으로 가격은 8,000원. 갑오징어는 4~6월이 산란기이고 몸집이 굵어지는 제철이라 한다. 요즘 통으로 판매하는 팔뚝만한 크기의 큰 놈들은 보통 마리당 15,000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숙회로 안주를 만들어 제주에서 사 온 25도짜리 증류소주 한라산을 한 잔 맛보기로 한다.
오징어는 배를 갈라 잘 손질되어 있었지만 머리 부분의 눈알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솔직히 이걸 빼는지 마는지 정확히 몰라서 지금까지는 무턱대고 칼집을 내어 꺼내고는 했는데 여전히 징그러움은 가시질 않는다. 사이즈는 작았지만 제법 두꺼웠다.

함께 먹을 쪽파를 10줄기 이상 잘 씻어둔다. 생으로 안 먹고 오징어를 찌는 냄비에 잠시 넣어 약간 익혀 먹으려고 한다.

찜기에 갑오징어 두 마리를 잘 넣고 5분 이상 찌면 된다. 물에 삶으면 육수가 빠질 것 같아 찌는 방식으로 해보았다.

냄비의 물이 끓어오르고 오징어가 다 익으면 그 위어 쪽파를 듬뿍 올리고 뚜껑을 잠시 덮어 쪽파도 함께 쪄준다. 약간 숨이 죽을 정도면 된다.

막간을 이용해 참기름소금장을 만들어 놓고 이미 있던 초장도 꺼내 준비한다.

잘 쪄진 오징어를 꺼내본다. 많이 쪼그라들었다.

쪽파를 한편에 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담는다. 칼보다는 가위로 자르면 편하다.

함께 먹을 얼큰한 돼지고기고추장찌개도 한 그릇 퍼 놓았다.

맛으로 치면 기름 두른 팬에 살짝 굽는 것이 오징어의 풍미가 가장 좋지만 데치거나 찌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맛이다.


기름장을 듬뿍 찍어 한 점 맛본다. 식감 좋은 담백한 오징어 맛과 간간하고 고소한 기름장의 풍미가 아주 그만이다.

독특한 향과 맛의 전통 증류소주 한 잔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안주는 별로 없을 것 같다.


2024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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