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을 다쳐 몇 바늘 꿰맨 상태다. 일주일 가량 지났으나 실밥은 다친 날로부터 2주 후에 제거할 수 있다고 하니 아직 일주일을 불편한 손으로 지내야 하는 상황. 와이프는 며칠 간이라도 술을 못 먹으니 참 좋다고 나를 놀린다. 하긴 일주일에 두어 번 홀짝홀짝 마시는 술이 십수 년 간 내 몸을 어지간히 공격했을게다. 이참에 독소를 좀 빼내볼까?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퇴근길에 왠지 상큼한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가 먹고 싶어 졌다. 주변 식당에서 한 개 포장해 갈까 하다가, 지난주 15만 원어치나 장을 봤다는 생각에 직접 만들어 먹기로 한다. 다행해 양상추가 남아있어서 나머지 재료들은 적당히 해결될 것 같다.
#재료 : 양상추, 방울토마토 10개, 오이1/3개, 파프리카 1/2개, 화이트부어스트 1개, 드레싱(청귤청 5, 진간장 1, 식초 2, 올리브유 4). (통올리브나 오렌지도 있으면 추가)
스테비아 대추방울 토마토를 사봤는데 맛이 기막히다. 스테비아 농법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스테비아를 식물의 잎이나 뿌리로 흡수시켜 단맛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스테비아는 체내에 들어가면 호르몬처럼 작용해 내분비 교란을 일으킨다는 유해성 논란이 있으나 아직 검증된 바 없는 것 같다. 성분표시에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건 마찬가지로 유해성 논란이 있는 감미료인 수크랄로스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무튼 맛이 좋다.
오아시스에서 가끔 구입해 안주로 즐겨먹는 독일식 화이트 부어스트. 잘 드는 칼로 격자무늬 칼집을 내어 팬에 약불로 오래도록 굽는다.
냉장고에서 차갑게 굳어있던 소시지가 안쪽까지 따뜻하게 데워져 말랑말랑하게 육즙이 흐른다.
양상추를 씻어 바닥에 깔고, 재료들을 적당히 설어 듬뿍 올린다. 취청오이는 송송 썰고 토마토는 반으로 가른다. 파프리카는 채 썰었다. 오이는 조금 더 얇게 썰어야겠다.
비장의 청귤청 드레싱. 고향집에 갔다가 담가놓은 걸 얻어왔다. 청귤과 설탕을 1:1의 비율로 버무려 놓으면 이렇게 된다고 한다. 여기에 진간장과 식초를 적당히 배합하면 다른데선 맛보기 힘든 상큼한 드레싱이 만들어진다. 올리브유도 적당히 섞는다. 이 청귤청은 하이볼 만들때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준비해 놓은 재료에 드레싱을 골고루 뿌리고 청귤편도 올린다. 이것도 그냥 씹어먹으면 맛이 독특하다. 통 올리브는 깜박 잊고 넣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잘 구워진 소시지를 올리면 완성. 소시지에 칼집을 정성스럽게 냈더니 구워진 모양이 좋아 보람이 있다.
청귤청 드레싱과 다른 채소들의 맛은 아주 잘 어울린다. 간간이 먹는 부드러운 소시지 조각들도 별미. 샐러드 만으로는 양이 적어 데친 두부 한 모와 김치를 함께 준비하여 가볍지만 든든한 저녁식사였다.
2023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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