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온 후 16년이 지나고 있다. 첫째 딸이 태어나고 한 달 정도 지난 완전히 갓난아기였을 때다.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는데, 같은 아파트 단지와 주변 단지에 거주하는 동갑내기 자녀를 둔 엄마들과 친분을 쌓게 되어 그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덩달아 아빠들도 함께 참석하는 송년회 성격의 가족모임도 한동안 가졌었고, 아빠들 중 특히 일년에 서너번 술자리를 갖는 분들이 있어 지난 금요일 퇴근 후 만나게되었다. 양꼬치에 소주, 맥주, 고량주까지 마셨더니 아침에 머리가 꽤 아프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정신 멀쩡한 척하며 두 딸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나니 서너 시간 자유롭다. 해장을 위해 콩나물 국밥을 한 그릇 사 먹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지만 식당밥이 뭐 그리 대단하겠나 싶은 마음이 들어 조금 귀찮더라도 직접 끓여 먹으려고 발길을 돌려 콩나물을 한 봉지 사러 동네 마트로 향한다.
#재료 : 콩나물 한 줌, 대파, 마늘, 두부 1/2모, 황태포 한 줌, 멸치다시마육수, 멸치액젓 1, 참치액 1
콩나물 한 줌을 꺼내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군다. 요새는 죄다 유기농에 농약을 안쳤고 세 번 씻어 나왔다고 하니 대충 씻게 된다.
대파와 통마늘을 다지고,
반 모 남은 두부를 썰어 물기를 빼놓는다.
재료는 준비됐고 내가 황태 씹는 맛을 특히 좋아해서 함께 넣으려고 조금 꺼내두었다.
멸치다시마 육수를 진하게 내기 위해 다시팩을 두 본 사용해서 국물을 우린다. 물은 1L 이상을 부어주고 끓어오를 때 불을 중불로 줄여 15분가량 우려낸다. 총각 때는 음식을 만들어 볼 일이 없다가 결혼하고 나서 약간씩 해보았는데 처음 콩나물국을 끓였을 때 그 맹맛이란.
다시팩은 건져내고 황태포를 미리 넣어 끓여준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콩나물과 두부를 뚜껑을 덮어 팔팔 끓인다. 센 불로 하면 끓어 넘치므로 중 약불로 3분 정도 끓이면 콩나물은 충분히 익는다.
끓고 있는 국에 다진 대파, 다진 마늘을 넣고 멸치액젓 1, 참치액 1로 간한다. 싱거우면 소금을 조금 친다.
큰 보울에 밥을 한 덩이 깔고 콩나물과 두부, 황태포를 푸짐하게 얹어낸다. 황태에는 간 해독과 숙취해소에 좋은 아미노산-특히 메티오닌-이 풍부하여 해장음식으로 좋다고 한다(헬스조선 발췌)
잘 익은 김치 한 접시, 북어 콩나물 해장국 한 그릇을 차려내 소박한 혼밥.
레시피는 단순하지만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니 감칠맛이 아주 훌륭하다. 멸치국물, 다시마의 감칠맛, 멸치액젓과 참치액이 잘 어우러져 깊은 국물맛을 낸다. 장사해도 통할 것 같다.
2023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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