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해먹겠다며 사놓은 시금치가 시들어 가고있다. 시금치는 두 딸이 전혀 입에 대지 않는 나물인데, 김밥에 들어간 건 무슨 이윤지 가리지는 않아서 이렇게라도 먹이자는 심산이다. 요즈음 식당의 김밥들은 밥이 적고 채 썬 채소와 다른 재료들을 꽉 채워 상당히 굵게 말아내지만 내 김밥은 꽤나 무미건조하고 좋게 말하면 담백해 보인다. 맛 또한 담백하다
#재료 :
캔 햄, 백 단무지, 달걀, 시금치, 가지, 김 5장, 밥 5 주걱
1.
일단 햄은 두껍게 썰어서 끓는 물에 수 분 데친다. 햄이 썩 좋은 먹거리는 아니니 가능하면 식품첨가물을 빼려고 한다. 그나마 다행히 이 햄은 아질산나트륨이 들어있지는 않다.
2.
아래에 또 적겠지만, 코팅 프라이팬을 쓰지 않으려고 며칠 전 스테인리스 팬으로 바꿨는데 계란을 잘 부치는 게 오늘의 핵심. 계란은 난각번호 1번 동물복지 방사유정란이다.
최근 들어 포도씨유나 해바라기유 대신 현미유를 쓰고 있다. 현미유의 발연점은 255도 정도로 고온 조리에도 다른 오일들보다 산패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여 상대적으로 안심이 된다. 물론 압착 올리브유나 아보카도 오일이 제일 좋다고는 하지만.
계란은 깔끔하게 성공. 식당 김밥처럼 두껍게 만들려고 계란말이를 하다시피 했다. 기름을 지나치게 두른 탓인지 다행히 망치지 않고 만들 수 있었다.
대중에 익히 알려진 대로 프라이팬에 사용되는 코팅물질은 PFOA, 즉 과불화옥탄산 이라는 화합물이다. PFOA는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듀폰이 생산한 물질로, 그동안 테플론 프라이팬·콘택트렌즈·종이컵 등의 코팅재료로 많이 쓰이다가 발암 논란이 일면서 현재는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오래 사용해서 코팅에 스크래치가 난 상태로 가열되면 기체로도 흡입될 수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3.
주황색 당근을 채 썰어 차곡차곡 넣으면 색깔도 좋고 영양도 좋지만 아쉽게도 집에 당근이 없다. 어디서 주워들은 게 있어서 당근만큼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폴리페놀의 일종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는 가지를 넣어보기로 했다. 녹황색 채소와 과일 등에 들어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인 피토케미컬 가운데 항암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 폴리페놀류다. 폴리페놀은 녹색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할 때 생성된 포도당의 일부가 변한 것으로, 가지의 보라색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에는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출처 : 암 치유 면역력의 놀라운 힘 / 내과 전문의 장석원 지음 / 중앙생활사)
가지는 얇게 채 썰어 프라이팬에 살짝 볶았다.
내 입맛에는 맛있는 재료지만 아이들에게는 왜 먹나 싶은 이상한 맛이다. 다행히 가지를 넣지 않은 두 줄을 만들어서 그나마 먹일 수 있었다.
4.
마지막으로 시금치를 데쳐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짜 놓았다. 시금치는 1분도 긴 시간이니 가능한 짧게 데쳐야 질긴 식감의 씹는 맛이 살게 있게 된다.
두꺼운 줄기 부분부터 물에 담그고 2~30초 정도 지나면 잎사귀까지 모두 담근다. 총시간은 1분 정도.
탱글한 느낌의 시금치 완성. 별다른 간은 하지 않았다.
밥이 되기를 기다려야 해서 재료들은 잠시 대기 중이다.
5.
마지막으로 단무지와 밥, 김을 준비한다.
내가 좋아하는 고슬고슬한 김초밥 코스. 아직 13분 전
밥이 되면 큰 보울에 퍼서 조금 식힌 후 소금, 식초 그리고 들기름으로 밑간을 한다. 참기름을 넣어 버무리면 밥알이 들러붙는걸 어느 정도 막아주기도 한다.
김은 장흥 무산김이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조미된 김은 오래 두면 산패되고 몸에 좋을 것이 없어서 요즘은 가공되지 않은 날김을 먹고 있다. 무산김은 말 그대로 김 활성 처리 용도의 유/무기산을 사용하지 않은 김이다. 농사에 농약을 치듯이, 김 양식어민들이 산을 김 활성처리제로 주로 염산을 사용해 왔는데, 잡 해조 제거, 병해 방제, 성장 촉진 등의 효과가 크다. 염산 원액을 쓰는 것도 아니고 바닷물에 희석해서 사용해온 것이지만, 먹는 음식에 염산을 쓴다고 하니 이미지가 좋지 않고 또한 염산이 해양환경에도 나빠서 유기산(구연산 등)을 사용하도록 나라 정책이 최근 바뀌었다. 하지만 유기산은 효과가 매우 낮아서 많은 양을 뿌려야 하고 가격도 비싸서 양식어민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지금도 몰래 염산을 사용하다가 적발되는 사람들이 종종 신문기사에 나기도 한다.
6.
본격적으로 김밥을 말기 시작. 이렇게 보니 정말 무미건조한 느낌이다. 당근 같은 붉은색 재료가 필요하다.
총 다섯 줄을 말았다. 우리 네 식구가 먹기엔 충분. 조리대가 아수라장이다.
김밥의 비쥬얼은 소박한 8~90년대 느낌이 물씬 난다.
가장 맛있다는 끝 부분이 깜찍해 보인다. 와이프와 두 딸이 맛있게 먹어주었다.
2022년 1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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